삼성 파운드리 칩 가격 최대 15% 인상
값을 깎아주는 사람과 값을 부르는 사람 사이의 거리는, 실은 몇 걸음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몇 걸음을 걷는 데 삼성 파운드리는 3년이 걸렸다.
올봄까지만 해도 삼성은 값을 깎았다.
2나노 가격을 3분의 1이나 내리며 손님을 청했다.
오는 사람이 귀한 집은 문턱을 낮추는 법이다.
그런데 7월,
같은 회사가 4나노와 5나노 값을 15% 올렸다.
몇 달 사이에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다.
처지가 변한 것이다.
값이란 묘한 물건이다.
파는 이가 정하는 것 같지만, 실은 줄이 정한다.
문 앞에 줄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물건도 값을 부르지 못하고, 줄이 길어지면 값은 부르지 않아도 오른다.
삼성의 4나노 라인은 내년 물량까지 찼다.
6월에는 3년 만에 월간 흑자를 냈다.
줄이 생긴 것이다.
그 줄 끝에 메타가 서 있다.
자체 AI 칩 MTIA를 1세대, 2세대 내리 TSMC에 맡기던 회사다. 그런데 3세대부터는 삼성의 2나노 공정으로, 10조 원 규모의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TSMC의 줄이 2027년까지 차버렸고, 메타는 기다릴 수 없었다. 단지 자리가 없어서만은 아니다.
6개월마다 새 칩을 내놓아야 하는 메타에게,
설계부터 함께 앉아주는 삼성 시스템LSI의 책상이 필요했다.
남의 집 줄이 길어질 때, 준비된 이웃집에 손님이 든다.
나는 이 대목에서 진료실의 오랜 경험 하나를 떠올린다.
환자의 회복은 열이 내리는 날이 아니라,
밥맛이 돌아오는 날 시작된다.
수율이 80%에 이르고, 제 집 HBM 물량이 제 집 라인을 채우고, 그러고 나서야 가격표가 바뀌었다.
가격 인상은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다. 회복의 증상.
마침 이재용 회장은 파운드리 사업부장을 데리고 선밸리로 갔다. 그 리조트에는 저커버그도 와 있다.
협상이란 결국, 아쉬운 쪽이 누구인가를 확인하는 자리다.
다만 메타의 10조 원은 아직 검토라는 두 글자 위에 놓여 있다. 값을 부르게 된 날의 기쁨보다, 값을 깎아주던 날들을 잊지 않는 마음이 오래가는 회사를 만든다.
문턱을 낮추던 집이 이제 값을 부른다.
그 몇 걸음이, 3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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