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타는 2000년대 중반 Ford 트럭은 잘 굴러가고 용도에도 맞지만, 최근 미니밴에 관심이 생겨 알아보니 신차는 주행 데이터를 기록할 뿐 아니라 외부로 대량 전송하는 듯함.
미니밴은 선택지가 4~5종뿐인데 모두 차량 데이터를 전송하고, 데이터 판매를 거부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해둠. 물리적으로 통신을 끊기도 상당히 까다로워서, 업데이트로 설정을 되돌리지 않고 수집 거부 요청을 지켜주리라 믿어야 함.
이런 데 신경 쓰는 쪽이 극소수라는 건 알지만, 외부 업체의 우회 장치를 사서 설치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어 답답함. 데이터가 없다는 사실도 데이터인데, 보험사가 내 차량의 주행 데이터를 살 수 없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올리지는 않을까?
Ford가 얼마 전까지 팔던 미니밴은 화물 밴에 좌석을 붙인 형태라 1987년형 Vanagon처럼 못생겼지만, 캠핑카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있음. 전기·배관 기술자용 작업 차량으로 개조하는 업체들을 겨냥한 상용차라, 데이터 전송을 끊기도 가장 쉬울 듯함.
찾아본 바로는 FordPass를 하드웨어 수준에서 영구적으로 끄려면 이동통신 모뎀을 뽑거나 퓨즈를 빼면 됨.
중고도 괜찮다면 Ford Transit Connect Wagon이 일상용과 캠핑용을 겸하기에 아주 좋음. 우리도 한 대를 만족스럽게 타고 있는데, 더블 매트리스가 들어가고 침대 위에 앉을 머리 공간도 넉넉함.
2023년에 단종돼 중고로 사야 하지만, 이 모델은 인터넷 연결을 끌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음. 우리 2016년형은 다행히 인터넷 연결 자체가 없고, 15만 km를 달린 지금도 멀쩡함.
3G 모뎀이 달린 중고차를 사면 됨. 내 2018년형 차는 이제 제조사 서버로 데이터를 보낼 수 없음.
일부 Ford 모델은 모뎀을 제거할 수 있음. 연결에 문제가 있다고 귀찮게 알리지도 않음.
“데이터가 없다는 사실도 데이터”라는 대목은 Franz Kafka의 『굴』을 떠올리게 함.
데이터 공유가 싫으면 약관을 그냥 받아들이거나, 원격 시동·앱 같은 커넥티드 기능을 포기하거나, 차 자체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 나라면 간단히 두 번째를 택하겠음. 그게 전부인가? 지금까지는 기능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차량이 보내는 데이터를 다루는 기사인 줄 알았음.
내 Audi A3에서는 사실상 두 번째를 택했음. 그런데 시동을 걸 때마다 원격 데이터 통신을 허용하지 않는 엄청나게 잘못된 결정을 했다는 듯 경고창이 뜸. 화면에서 다른 일을 하려면 “아니, 지금도 켜지 마”라고 답해야 함. 매번 그렇게 해야 함.
두 번째를 택한다고 감시가 멈출까? 스마트 TV 업체 경영진에게 물어보면 좋겠음.
게다가 공식 서비스센터 정비도 피해야 함. 차가 상시 연결돼 있지 않아도 정비 과정에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임.
Honda는 예외적으로 데이터 수집 관행을 개선해, 사용자 추적과 관련된 제삼자에게 정밀 위치 정보를 보내지 않도록 했다고 함. 다음 차는 무엇을 살지 정해졌음.
원래 Honda를 좋아하고 이동통신망에 연결되기 전 모델들을 소유하고 있지만, 현행 모델도 아직 완전하지는 않음. HondaLink는 Amplitude에 차대번호와 위치를 보냈고, 초기화할 수 없는 차대번호가 다른 개인정보에 직접 연결돼 서비스 간 추적에 쓰임.
거의 다 왔으니 아예 이런 기능을 전부 없애 차별화하고, 그걸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좋겠음.
차량의 데이터 수집·외부 전송을 차단하는 시장이 생기길 바람. 자기 차라면 합법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할 듯함. 지금은 신차가 얼마나 자신을 감시하는지 아는 사람이 적지만, 인식이 퍼지면 차단하려는 수요도 늘어날 것임.
별도 시장보다는 기본 기능이 됐으면 함.
업체들의 답변은 예상대로 일관되게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김. 소비자도 이런 관행에 맞서야 하지만, 대다수는 기술에는 익숙해도 개인정보 보호에는 밝지 않다는 게 걸림돌임.
맞서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음. 쓸 만한 오픈소스·오픈 하드웨어 휴대전화조차 구하기 어려운데, 자동차는 더 막막함.
스마트폰을 쓴다고 기술에 밝은 것은 아님.
오늘 새 자동차 판매점을 발견해 들어가 봤는데, 기술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고객을 겨냥해 쓸데없이 번거로운 장치를 잔뜩 넣은 차들이었음. 판매원은 스마트폰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음.
판매점의 지원과 전체 기반 시설도 필요하며, 그것들이 없으면 차는 꼼짝 못 하는 조형물이나 마찬가지라고 함.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중국의 서버와 네트워크로 연결해 통신해야 하고 다른 기기와의 연결도 회사가 승인해야 차가 작동한다는 식으로 설명했음.
22년 된 Scion을 타니 아무도 내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한다고 웃고 싶지만, 매일 Flock 카메라 앞을 지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침.
“마트에 갔네”라는 데이터와 “운전 방식이 마음에 안 드니 보험료를 올리자”라는 데이터는 다름.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연령 인증 앞에서 개인정보를 지키는 일만큼이나 잘 풀릴 듯함. 차량 내부 감시를 명분 삼으면 안전벨트 착용, 전방 주시, 휴대전화 사용 금지, 휴식 알림부터 혼잡한 도로에서 라디오 음량 줄이기, 심박수가 오르면 심호흡을 권해 보복 운전을 줄이기까지 내세울 수 있음. AI 카메라로 안전벨트 착용을 확인해, 제대로 매지 않으면 아예 주행을 막자는 논리도 가능함.
그러고는 반대하는 사람에게 “안전 운전이 싫은 이상한 사람인가?”라고 몰아붙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