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한국판 양털깎이.
홍콩 ELS 사태가 무대만 서울로 바꿔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이번 미끼는 네 글자, “AI 슈퍼사이클”.
온 나라가 열광한다. HBM 덕에 한국 증시는 세계 최고 수익률을 찍었고, 다들 입을 모은다. “이번엔 사이클이 없다. AI가 boom과 bust를 끝냈다.” 악재가 쏟아져도 조정 한 번 없이 솟구치는 멜트업. 빵상이 홍콩에서 본 그 광기 그대로다.
거대 자본의 고민은 늘 같다. 정점에서 티 안 나게 빠지려면, 그 물량을 받아줄 매수세가 필요하다. 현물은 슈퍼사이클을 믿는 개미가 알아서 퍼붓는다. 그럼 선물과 파생은 누가 받쳐주나.
여기서 한국만의 열쇠가 등장한다. 세계에서 가장 레버리지와 옵션을 사랑하는 한국 개미다.
개미가 콜과 레버리지를 사들이면, 그 반대편을 한국 증권사 MM이 떠안는다. 그리고 델타헤지를 위해 현물을 기계적으로 사들인다. 개미가 위로 베팅할수록 MM은 현물을 더 사야 하고, 그 인공 매수세가 지수를 또 밀어 올린다. 홍콩 ELS가 했던 일을, 한국에선 레버리지에 미친 개미와 MM이 똑같이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 인공 엔진이 도는 사이, 진짜 큰손은 짐을 쌌다.
여기까진 홍콩과 똑같다. 그런데 단 하나, 결정적으로 다르다.
홍콩 MM은 외국계였다. 때가 되자 감정 없이 헤지를 청산하고 빠졌고, 그 순간 호가창이 종잇장이 되며 항셍은 고점 대비 55퍼센트를 토했다.
그런데 한국 MM은 한국 증권사다. 시장조성 의무를 지고, 무엇보다 정부와 당국의 눈치를 본다. 외국계라면 진작 호가를 거두고 떠났을 그 순간에도, 한국 MM은 호가를 못 뺀다. 빼는 순간 시장이 붕괴하고 그 책임이 자기 머리 위로 떨어지니까.
그래서 지금, 그들은 피를 흘리며 버티고 있다. 변동성지수가 하루 13퍼센트 튀어 82를 찍은 날에도, 현금이 수백 장씩 녹는 걸 보면서 호가를 댄다.
이게 이번 양털깎이가 더 잔인한 이유다. 한국 MM은 양들이 다 빠져나가도록 도살장 문을 붙들고 선 셈이다. 자기 손에서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큰손이 탈출할 시간만 벌어주면서.
이 버티기는 영원하지 않다. 현물 매도가 임계점을 넘으면 MM도 결국 헤지를 청산하는 날이 온다. 홍콩의 그 봄날처럼. 그날 호가창은 다시 종잇장이 되고, 정부 눈치 보며 미뤄둔 하락이 한꺼번에 청구된다.
어제 코스피가 7퍼센트를 토하고 변동성이 역대 최고를 찍은 건, 어쩌면 그 카운트다운의 첫 숫자였다.
그리고 늘 그렇듯, 사람들이 “슈퍼사이클”을 외치며 춤추는 무대 바로 아래로, 리스크는 이미 조용히 숨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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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dlee_F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