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우리는 게임을 소유한 적이 없는가
요약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실물 디스크 생산 중단 발표를 기점으로, 게임 산업이 '소유'에서 '접근권(대여)' 중심으로 변화하며 발생하는 소비자 권리 문제를 다룹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사용자가 쌓아온 데이터와 경험의 상실에 대한 우려를 분석합니다.
핵심 포인트
- 소니의 디스크 생산 중단은 게임 산업의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의 전환을 상징함
- 게임은 영화/음악과 달리 사용자의 시간과 데이터가 축적되는 매체라는 특성이 있음
- 디지털 라이선스 모델의 한계로 인해 정품 사용자의 권리 침해 논란이 발생함
- 실물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 콜렉터 및 인디 개발사들의 반발이 이어짐
- 구매가 아니라 대여였다
출처: 소니 블로그
디스크가 사라진 자리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뒤바뀐 40년의 공식
7월 1일 소니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2028년 1월부터 출시되는 모든 플레이스테이션 신작 실물 디스크 생산과 유통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를 단독 사건으로 읽으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매출에서 5퍼센트밖에 차지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한다는 소식에 게임 커뮤니티는 왜 '소유권의 종말'이라는 말까지 꺼내며 반응했을까요?
답은 이 발표를 단독 사건이 아니라 일주일 안에 벌어진 세 사건의 마지막 조각으로 볼 때 드러납니다. 6월 25일 락스타게임즈는 GTA6 패키지판에 디스크 대신 다운로드 코드만 넣겠다고 밝혔습니다. 6월 26일 소니는 판권 만료를 이유로 이용자가 이미 결제한 영화·TV 시리즈 550여 편을 9월 1일부로 삭제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닷새 뒤 디스크 생산 중단 발표가 이어졌죠. 세 사건은 각각 다른 회사, 다른 매체, 다른 사유로 벌어졌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입니다. 이용자는 손에 쥐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손에 쥔 적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글은 이 사태를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눠 다룹니다. 첫째, 왜 하필 게임에서 반발이 유독 격한가. 둘째, 구매와 대여라는 두 개념이 지난 40년 동안 어떻게 자리를 맞바꿔왔는가. 셋째, 법이 이미 오래전 답을 내놓았음에도 소비자 체감이 그 답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 가지 차원을 관통하는 주장은 하나입니다. 소니의 디스크 중단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겁니다. 게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구매가 아니라 대여였고, 이번 발표는 그 사실을 가려주던 마지막 장치 하나가 걷힌 사건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 AI 생성 이미지
왜 하필 게임인가 - 시간이 쌓이는 매체라는 차이
영화나 음악도 디지털 콘텐츠라는 점에서는 게임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반발의 크기는 확연히 다릅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요인은 매체가 이용자와 관계 맺는 방식 자체에 있습니다.
영화 한 편은 두 시간, 음반 한 장은 정규 엘범이라고 가정했을 때 한 시간 정도면 끝납니다. 이용자는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뿐, 그 안에 무언가를 쌓지 않습니다. 반면 게임은 캐릭터 레벨, 도감 완성률, 업적 목록, 길드원들과 맺은 관계처럼 수백 시간에 걸쳐 쌓인 흔적을 품고 있습니다. 이 흔적은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이용자가 그 안에 투입한 시간의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다시 못 보게 되는 일은 손해로 끝나지만, 게임 계정이 통째로 사라지는 일은 그동안 쌓아온 무언가를 빼앗기는 감각에 가깝게 다가옵니다.
이 감각은 반발 형태로도 드러났습니다. 논란이 터질 때마다 커뮤니티에는 '이럴 거면 크랙 버전을 쓰겠다'는 반응이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여기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DRM이 제거된 크랙판은 서버가 꺼지거나 회사가 문을 닫아도 계속 실행되는 반면, 정식으로 구매한 정품은 서버 인증 한 번 실패하는 순간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 실제로 반복돼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감정적인 반응이자 극단적인 해법일 뿐 불법 복제를 정당화하는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다만, 이런 반응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의 라이선스 모델이 이용자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잃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출처: iam8bit
반발은 개인 이용자에게서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실물 콜렉터블 전문업체 iam8bit는 발표 당일 '깊이 실망했다'는 공식 입장을 냈고, 게임 대여 서비스 게임플라이도 실망감을 표했습니다. 인디 개발사 애터넘 게임 스튜디오는 한발 더 나아가 마감 시한 전까지 자사가 만드는 모든 게임을 실물판으로 내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들은 게이머가 아니라 실물 매체를 사업 기반으로 삼은 업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비디오게임역사재단 프랭크 시팔디 디렉터
다만, 업계 반응이 하나로 모이지는 않았습니다. 게임 보존 전문기관인 비디오게임역사재단의 프랭크 시팔디 디렉터는 소비자 권리 측면에서는 유감스러운 소식이라면서도, 정작 전문 보존 작업 관점에서는 생각만큼 큰 영향은 없으리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디지털 방식으로 게임을 보존해온 입장에서는 디스크 존재 여부가 결정적 변수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엇갈린 반응이 오히려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반발이 단순한 향수나 감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매체마다 다른 이해관계와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게임이 지금 같은 라이선스 구조로 굳어지기까지, 산업은 어떤 경로를 거쳐왔을까요.
구매와 대여가 자리를 맞바꾼 40년
지금의 구도, 즉 이용자는 소유를 원하고 기업은 라이선스로 통제하려 한다는 구도는 처음부터 이런 모양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에 가까웠습니다.
※ AI 생성 이미지
1980년대 말, 게임은 명백히 물건이었습니다. 카트리지를 사면 그 카트리지는 온전히 이용자 소유였고, 저작권법상 최초판매 원칙에 따라 되팔든 빌려주든 자유였습니다. 문제는 이 자유가 오히려 닌텐도에게는 골칫거리였다는 점입니다. 대여점 블록버스터가 NES 게임 대여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자, 닌텐도 아메리카의 하워드 링컨 당시 회장은 이를 '상업적 강간'이라 표현하며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만든 게임을 대여 시스템이 로열티 한 푼 없이 뿌려버린다고 성토했습니다.
1989년 닌텐도는 블록버스터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지만, 대여 행위 자체는 최초판매 원칙에 정면으로 보호받는 영역이라 막을 수 없었습니다. 닌텐도가 건진 승리는 설명서 무단 복사를 막은 부수적인 성과뿐이었습니다. 즉 카트리지 시절 게임업계는 오늘날과 정반대로, 이용자가 너무 자유롭게 소유하고 유통할 수 있어서 골머리를 앓던 산업이었습니다.
출처: webdesignmuseum.org
2000년대 들어서도 게임은 여전히 CD와 DVD라는 물건이었습니다. 다만 이 무렵부터 SecuROM, StarForce 같은 온라인 인증형 복제 방지 기술이 슬금슬금 끼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디스크만 있으면 끝이던 구조에, 디스크에 더해 서버의 허락까지 필요한 게임이 하나둘 등장한 시점입니다. 물건은 그대로였지만, 그 물건을 작동시키는 열쇠가 이미 회사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꾼 계기는 2003년 밸브의 스팀 출시입니다. 처음엔 자사 게임 패치 배포용 도구에 불과했지만, 2005년 이후 서드파티 게임까지 입점하며 본격적인 다운로드 판매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때부터 게임은 손에 쥔 물건이 아니라 계정에 걸린 권한이 됐습니다. 물리적으로 되팔 매체 자체가 사라졌으니, 최초판매 원칙을 적용할 대상 자체가 소멸한 셈입니다.
2012년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와 2013년 EA의 심시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완전한 싱글플레이 게임임에도 상시 인터넷 연결을 강제했고, 서버 문제로 정품 구매자조차 게임을 켜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블리자드는 오프라인 모드를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기까지 했습니다. 이 시점부터 게임은 한 번 손에 넣으면 끝인 물건이 아니라, 퍼블리셔가 서버를 계속 켜둬야만 존재하는 서비스로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같은 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세대기 엑스박스 원에 24시간마다 온라인 인증을 의무화하고 중고 거래를 원천 차단하는 정책을 예고하면서, 처음으로 소비자가 뚜렷하게 선을 그은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반응은 즉각적이고 격렬했고, 소니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PS4에서 게임을 공유하는 방법이라며 디스크를 손에서 손으로 건네는 조롱 영상까지 공개했습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정식 출시 전에 해당 정책을 철회했습니다. 공교롭게도 12년 뒤, 이번엔 소니가 실물 디스크 자체를 없애겠다고 나선 셈이니, 당시 소동을 기억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나온 반응도 무리는 아닙니다.
이 다섯 단계를 이어보면 하나의 궤적이 보입니다. 게임업계는 40년에 걸쳐 물건에서 서비스로 이동해왔고, 그 이동의 방향은 처음부터 한 번도 이용자 쪽으로 되돌아온 적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물어야 할 질문은 자연스럽습니다. 이 이동을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법이 이미 답을 낸 자리, 이용자가 뒤늦게 도착한 자리
다운로드한 디지털 파일도 물건처럼 되팔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법원이 처음 정면으로 답한 때는 2018년입니다. 미국 제2연방항소법원은 중고 디지털 음원 거래 서비스 리디지 사건에서, 최초판매 원칙은 물리적 매체의 재판매에는 적용되지만 디지털 파일의 복제와 전송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물건일 때는 자유롭던 권리가 파일이 되는 순간 법적으로도 다른 대접을 받게 된 겁니다. 이 판결로 게임도 다르지 않으리라는 인식이 업계에 퍼졌지만, 정작 이용자 대다수는 이를 체감하지 못한 채 지냈습니다.
출처: 유비소프트
체감의 벽을 정면으로 부순 계기가 2024년 더 크루 사태입니다. 유비소프트의 레이싱 게임 더 크루는 2014년 출시돼 2024년 3월 서버가 완전히 내려갔습니다. 온라인 전용 게임이었으니 서비스 종료 자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습니다. 진짜 논쟁점은 서버가 꺼지자 혼자 즐기는 싱글플레이 모드조차 실행되지 않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이용자 두 명이 소송을 제기하며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게임을 산 것이지 회사의 서버 운영 계획에 동의한 적은 없다는 주장입니다. 소장은 이 상황을 핀볼 기계를 샀는데 몇 년 뒤 패들과 범퍼, 스코어보드가 통째로 사라진 상황에 비유했습니다. 유비소프트 측은 원고들이 이미 10년 가까이 게임을 즐겨놓고 이제 와서 문제 삼는다며 시효 소멸을 항변했지만, 소송은 청구원인이 아홉 개로 늘어난 채 여전히 진행 중이며 2026년에는 프랑스에서도 별도 소송이 제기되면서 대서양 양안에서 동시에 다뤄지는 사건이 됐습니다.
이 사태가 유독 크게 번진 이유는 게임 한 편만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Stop Killing Games 캠페인 측이 온라인 기능에 의존하는 게임 738종을 조사한 결과, 68퍼센트가 이미 플레이 불가능하거나 그럴 위험에 처해 있었습니다. 앤썸, 콩코드, 마블 어벤져스처럼 서비스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문을 닫은 대형 타이틀도 여럿이었습니다. 더 크루는 그 목록의 맨 앞에 놓인 사례였을 뿐, 유일한 사례는 아니었습니다. 이용자들 사이에 퍼진 것은 지금 하는 다른 게임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불안이었고, 이 불안은 근거 없는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이 불안을 조직적인 목소리로 묶어낸 사람이 유튜버 로스 스콧Ross Scott입니다. 그는 2019년부터 라이브서비스 게임 모델을 사기라 부르며 비판해왔고, 2024년 4월 더 크루 서버가 꺼지자 Stop Killing Games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캠페인의 요구는 소박합니다. 서버를 영원히 유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끝낼 때 오프라인 모드나 사설 서버 운영권 같은 최소한의 대안을 제공하거나 그마저 어렵다면 환불하라는 정도입니다.
초반 반응은 뜨뜻미지근해서 EU 서명은 한동안 40만에서 45만 명 선에 머물렀지만, 2025년 여름 스트리머 파이럿소프트웨어와 벌인 공개 설전을 계기로 지지가 폭발적으로 늘어 서명은 결국 129만 4,188명까지 쌓였습니다. 캠페인은 영국 의회 토론, 미국 캘리포니아 AB 1921 법안 지지, 프랑스 소송 지원으로 발을 넓혔지만, 뚜렷한 입법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도 2026년 6월 강제 입법은 거부했습니다. 정작 스콧 본인은 2025년 8월 번아웃을 이유로 캠페인 전면에서 물러났지만, 캠페인 자체는 그 이후로도 유럽의회 청문회 초청으로 이어질 만큼 계속되고 있습니다.
회사도 스스로 인정한 진실, 그러나 체감은 다르다
법과 이용자 체감 사이의 간극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사례는 오히려 기업 쪽에서 나왔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AB 2426 법안을 통과시켜 2025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디지털 재화를 구매라는 표현으로 팔면서 실제로는 회수 가능한 라이선스에 불과하다면, 결제 시점에 그 사실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입니다.
스팀 운영사 밸브는 법 시행 약 3개월 전, 결제 직전 화면에 이 구매는 스팀 상에서 해당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문구를 선제적으로 추가했습니다.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이 결제 직전 화면에 당신은 이 게임의 주인이 아니라고 못 박은 셈입니다. GOG는 이 조치를 겨냥해 모든 타이틀에 DRM 프리 오프라인 설치파일을 제공한다며 조롱 섞인 홍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체감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올해 4월, PS4와 PS5 이용자들 사이에서 3월 펌웨어 업데이트 이후 구매한 디지털 게임에 30일마다 온라인 인증이 필요하다는 타이머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르며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완전한 오프라인 싱글플레이 게임조차 예외가 아니라는 우려였습니다. 실제로는 초기 보도만큼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소니가 확인한 바로는 이는 환불 사기를 막기 위한 1회성 인증일 뿐, 최초 인증 이후에는 인터넷 연결 없이도 계속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매달 서버에 접속해야 한다는 초기 루머는 사실과 달랐던 겁니다.
※ AI 생성 이미지
그럼에도 이 소동이 이렇게까지 커진 이유 자체가 의미심장합니다. 근거가 확인되기도 전에 내 게임이 서버 때문에 잠길 수 있다는 불안이 이용자들 사이에 곧바로 설득력을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법적 사실과 소비자 체감 사이의 이 간극이, 지금 벌어지는 모든 공방의 근본 원인입니다. 최초판매 원칙이나 소비자보호법 같은 개념은 카트리지와 CD처럼 손에 쥘 수 있는 물건을 전제로 설계됐습니다. 그 틀에 서버와 라이선스로 이뤄진 오늘날의 게임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니 어느 나라든 회색지대가 생기고, 그 회색지대를 놓고 다투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치며
소니는 원인이 아니라 마지막 증거였다
이제 서론에서 던진 주장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소니의 디스크 중단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이유를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 차원은 왜 하필 게임에서 반발이 유독 격한지를 보여줬습니다. 게임은 이용자가 투입한 시간이 그대로 축적되는 매체이기 때문에 접근권 상실이 콘텐츠 손실을 넘어 그동안 쌓아온 것을 빼앗기는 감각으로 다가옵니다. 두 번째 차원은 이 감각이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 40년에 걸쳐 예정돼 있던 결과임을 보여줬습니다. 카트리지 시절 너무 강한 소유권을 걱정하던 업계가, 스팀과 상시 온라인 DRM을 거치며 정반대로 뒤집혔습니다. 세 번째 차원은 법이 이미 2018년 리디지 판결로 답을 냈지만, 이용자 체감은 더 크루 사태와 Stop Killing Games 캠페인을 거치고 나서야 그 답을 뒤늦게 따라잡았음을 보여줬습니다.
세 차원을 겹쳐 놓으면 결론은 하나로 모입니다. 게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구매가 아니라 대여였습니다. 소니의 발표는 이 사실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그 사실을 가려주던 마지막 장치 하나를 걷어낸 사건일 뿐입니다. 손에 쥔 디스크가 있다는 감각이 실제로는 라이선스에 불과한 거래를 구매처럼 느끼게 해주던 방패였다면, 그 방패가 사라지자 줄곧 가려져 있던 질문이 그대로 드러난 셈입니다.
이 결론은 게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전자책도, 스트리밍도, 음악도 이미 같은 경로를 지나고 있습니다. 소유가 아니라 접근권으로 재편되는 흐름은 게임에서 가장 먼저, 가장 격렬하게 드러났을 뿐 매체 전반에 걸친 변화입니다. 즉, 게임이 구매인지 대여인지를 묻는 질문은 더 크게 확장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지불한 대가만큼 지속적인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가?"
법적으로는 이미 어느 정도 답이 나와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을 빌려 쓰고 있는 겁니다. 소니가 디스크를 치워버린 자리에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라이선스로 굳어진 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캘리포니아 AB 2426이나 Stop Killing Games 캠페인이 시도했듯 법과 제도로 지속적인 권리를 되찾아오느냐.
- 섬네일은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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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가 아니라 대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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