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메모는 작성자 본인에게는 읽을 수 있지만, 타인에게는 거의 읽기 어려운 문서입니다. 휘갈겨 쓴 글씨에 약어만 가득하고, '전달했다고 생각'하며 쓰여진 기록물이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읽기 힘든 것을 AI에게 넘겨 요약하게 해도, 그 요약은 여전히 요약의 형태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AI의 능력이 아니라, 완성된 형태(완성형)를 정해두지 않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전화 메모가 끝나는 시점은 내용을 종이에 옮겨 적었을 때가 아닙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이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되었을 때입니다. 즉, 메모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항목은 최소한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 요청: 상대방이 우리에게 요구한 것
- 기한: 그것을 언제까지 처리해야 하는지
- 확인처: 확정시켜야 할 상대방의 이름
이 세 항목을 채우는 작업을 AI에 맡기는 것입니다. 요약과 함께, 이 3개 항목에 들어갈 문구를 작성하도록 합니다. 빈칸인 항목에는 '미확인'이라고 적도록 지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요약으로 끝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은 바로 '항목의 존재 자체'입니다.
제조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례로, 구매처로부터 납기일 변경에 대한 전화를 받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공장에 투입할 원자재가 하루 늦어지는 상황입니다. 전화 내용은 실질적으로 두 줄 정도이며, '납기가 10월 28일에서 10월 29일로 바뀐다'와 '생산 부서에 전달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휘갈겨 쓴 메모에는 여기에 '원자재・29일・생산처' 정도만 남게 됩니다. 이 메모를 AI에게 읽히면, 3개 항목은 다음과 같이 채워집니다.
- 요청: 납기 변경(28일→29일)을 생산 부서에 연락
- 기한: 오늘 중으로 생산 부서에 연락하여 생산 계획 수정 가능 여부에 대한 회신 받기
- 확인처: 생산 계획 담당자의 이름, 변경을 전달해 준 상대방 측 담당자의 이름
단 3줄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전화를 받은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가까워집니다. 바뀐 것은 AI의 지능이 아니라, 항목(필드)이 미리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기한이나 수량, 금액 같은 숫자는 AI가 임의로 채우게 해서는 안 됩니다. 휘갈겨 쓴 메모에서 읽을 수 있는 숫자만 적도록 하고, 읽을 수 없는 것은 '요구 확인'으로 남겨야 합니다. 내용을 다시 듣는 것이 사람에게는 더 빠릅니다. 이 부분을 모호하게 처리하면, 29일이 20일로 바뀌어 생산 부서에 잘못된 연락이 갈 수도 있습니다.
전화 메모 정리에서 필요한 것은 똑똑한 요약보다, 항목이 채워진 전표의 형태입니다. 항목을 먼저 정해두면, AI는 휘갈겨 쓴 글씨를 그 형식에 맞춰 다듬습니다. 결정하는 것은 단 한 번뿐입니다. 그 이후의 전화 메모는 모두 같은 형태로 남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