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암호화폐를 지지했지만, 약 17년이 지난 지금은 암호화폐가 세상에 주는 가치를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봄. 독재국가로부터 재산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자국민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다른 독재자들의 자금줄이 되기도 함.
평범한 사람으로서 사기와 일확천금 외에 암호화폐의 용도를 이해한 적이 없음. 독립적인 화폐라면서 여전히 달러를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는 건 취지에 어긋나지 않나? 탈중앙화를 내세우면서 Coinbase 같은 회사가 다시 중앙화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움.
암호화폐의 실질적인 가치는 암시장 자금 보관에 있음. 예전에는 현금으로 보관해야 해서 다른 범죄자에게 도둑맞거나 수사기관에 압수될 위험이 있었음. 《Narcos》에서 Pablo Escobar가 콜롬비아 곳곳에 돈을 묻어두는 장면을 보면 이해하기 쉬움. 당시 Bitcoin이 있었다면 분명 활용했을 것임.
투기적 가치도 있지만, 투기성 투자를 빼고 남은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범죄 수익의 규모일 것이라고 추측함.
Visa, Mastercard, PayPal 같은 결제업체의 웹사이트 결제 차단이 확실히 늘어나고 있음. 합법적인 성인 사이트나 기껏해야 회색지대인 애니메이션 사이트도 대상이 됨. 15년 넘게 PayPal을 쓰던 사이트가 갑자기 결제 수단을 잃기도 함.
이런 사이트에는 암호화폐가 대체 결제 수단이 됨. 독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사이트와 서비스에 영향을 줌. 유럽에서도 인터넷 결제업체 상당수가 미국에 있거나 미국과 연결돼 있다는 점 때문에 Visa·Mastercard의 대안을 추진하고 있음.
한 국가와 그 나라 대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무엇을 허용할지 결정할 만큼 결제 권력을 쥐고 있어, 암호화폐가 필요악이 된 셈임. 결제업체가 중립적이거나 고객을 퇴출하려면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세상이라면 필요 없겠지만, 현실은 다름.
이건 평범한 사람이 다른 평범한 사람의 돈을 훔치는 게 아니라 독재자가 일반인의 돈을 훔치는 일임. 일반인은 돈을 잃고, 독재자는 일반인에게 해를 끼칠 자금을 얻으니 피해가 양쪽으로 발생함. 독재자끼리 훔치거나 일반인끼리 훔치는 것보다도 나쁜 구조임.
암호화폐의 99%는 악의적인 행위자와 용도로 이어진다고 봄. 장기적으로 성공적으로 활용했거나, 부당한 제한 때문에 다른 결제 수단을 쓸 수 없는 합법적인 거래에 활용한 진짜 성공 사례를 아직 접하지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