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전반보다도, 이 용도에서는 AI로 재현한 이미지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오해를 부른다고 봄. 원본 도면은 잘 그려졌지만 원근과 축척이 맞지 않고, 세부 묘사에도 불분명한 부분이 많음. AI 이미지는 바로 그 의심스러운 부분을 그대로 가져와 ‘실제 모습’처럼 만들어 버림.
이 도구 상당수는 실물이 남아 있을 테니, LLM으로 신뢰할 수 없는 허구의 이미지를 만들기보다 웹에서 실물 사진을 찾으면 됨.
LLM 특유의 뒷맛은 끔찍하지만 아이디어는 아주 좋음. 할 가치가 있다면 제대로 하면 안 될까? 책치고는 아주 짧아서 직접 글을 써도 길어야 몇 주면 될 분량임. 그렇게 하면 훨씬 가치 있고 거부감도 덜할 것 같음.
바쁜 와중에 애정으로 하는 개인 프로젝트일 수도 있음. 본인도 책 전체를 조사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남에게 보여 줄 글을 쓰는 데 몇 주씩 쓸 여유가 있을까?
혼자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공유용 웹사이트까지 만들 엄두는 못 내는 사람이 수없이 많을 것임. AI가 공유의 부담을 줄여 준다면 훌륭한 일임. 상을 받으려는 것도, 돈을 받고 대중을 위한 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아니니 긍정적인 면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불평하게 두면 됨.
흥미로울 법한 내용인데, AI 이미지와 글 때문에 신뢰가 떨어짐.
AI로 예전에는 엄두 내기 어려웠던 작업을 하는 건 정말 반갑지만, 이 페이지의 글 수준은 서툰 중학생 조사 보고서 같음.
“일기도, 가문의 연대기도 아닌 도구 책”, “각 페이지에 명시한 만큼만 신뢰할 수 있으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 “별도 표시가 없는 페이지는 편집 검토를 거쳐 꼼꼼히 확인하고 수정함” 같은 문구가 그럼.
주제는 대단히 흥미로워 보이지만 전달 방식에 정성이 부족해 실망스러움.
‘꼼꼼히 확인하고 수정함’은 프롬프트로 꼼꼼히 확인하고 수정하라고 지시했을 때 LLM이 끼워 넣기 좋아하는 문구이기도 함. 사람이 굳이 쓰기에는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음.
번역 탓일 수도 있지만, 이 프로젝트는 제작자가 애정을 쏟는 일임. 애정의 대상은 책 자체이고, 이를 공유하고 싶더라도 남을 위한 웹페이지 제작은 책을 탐구하는 일보다 지루할 수 있음. 나도 같은 어려움을 겪어 봄. AI로 시간을 아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활용해도 좋다고 봄. 돈을 받고 페이지를 만드는 것도, 상을 노리는 것도 아니니 관심 있는 사람이 읽으면 됨.
번역 때문일 수도 있음. 원래 비영어판을 먼저 쓴 뒤 AI로 영어로 번역하면서 필요한 설명을 덧붙였을 것 같음.
그게 전형적인 AI 글의 품질임. 겉만 화려해진 Babelfish 2.0 번역기나 다름없음.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도 AI를 쓰면서, 상대에게는 그게 불쾌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음. 누군가 내게 AI로 만든 저질 콘텐츠를 보내면 이후의 교류는 전부 끊음. 물론 AI를 썼다는 걸 알아챌 수 있을 때만 가능하고, 항상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님.
얼마 전에도 역사 속 어느 시대의 평범한 사람의 삶을 통계에 기반해 따라가는 콘텐츠를 봤는데, 아주 흥미로웠음. 즐겁게 읽다가 사실상 전부 AI가 만든 저질 콘텐츠라는 걸 깨달았음. 이런 것 때문에 진짜 작업의 가치까지 깎이는 게 너무 답답함.
실제로 이와 비슷한 중세 후기 필사본은 셀 수 없이 많고, LLM도 그중 많은 자료로 학습했음. 여기서 어떤 학술적 가치를 기대하는 건가?
흥미로워 보이지만 LLM 문체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강해져서 이 콘텐츠는 도저히 읽을 수가 없음.
여기에 쓰인 종이와 안료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아는 분이 있을까? 도면이라기보다 회화라고 해야 할까? 수채화인가? 이 책을 만들던 당시의 제조법을 따라 종이와 물감을 직접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안료의 세계에 빠지면 10년 뒤에는 온갖 보석을 갈고 식물을 말리고 점토 같은 광물을 다루는 비전의 지식을 얻어 나오게 됨. 여행도 엄청나게 많이 하게 될 것임.
네덜란드에 간다면 Zaanse Schans를 추천함. 풍력으로 안료를 갈던 시절의 풍차가 남아 있음. 색을 직접 보면 로열 블루가 왜 왕실의 색이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음. 오래가는 파란 안료를 만드는 비용이 엄청나게 비쌌기 때문임. 정말 매력적인 분야임.
풍차: https://www.verfmolendekat.com/nl/.
안료: https://en.wikipedia.org/wiki/Ultramar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