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X 반도체 쪽에서 가장 뜨거웠던 트윗.
@Jukan의 상하이 출장 후기입니다.
@Jukan은 원래 메모리 강세론 쪽 대표 계정이죠.
셀사이드 강세 리포트를 누구보다 부지런히 날라오던 사람.
개인적으로 그를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에게 배운 지식은 로켓슬라의 반도체 공부를 더 즐겁게 해 주었으니까요.
그런 그가 11월 5일, 이런 취지의 글을 남깁니다.
"메모리가 잘되길 바란다. 그런데 이번 상하이 출장 이후로는 확신이 없다."
(하필 같은 주에 미·중·한 메모리주가 같이 무너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고요.)
자...이 상황을 쉽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상하이에서 메모리 가격이 내년 3분기부터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을 구체적으로 들었다
-
강세론자인 그가 반박해 봤지만, 끝내 납득하고 말았다
-
그 이유는 "앤트로픽·OpenAI의 다음 매출 엔진(ARR)은 뭐냐"는 질문에 답할 다음 서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1번은 사실 시장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10월 낸드 계약가가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을 멈췄거든요.
DRAM은 아직 사상 최고지만, 오르는 속도는 확실히 느려졌고요.
그래서 저는 진짜 문제는 3번이라고 봐요.
가격이 언젠가 꺾이는 건 다들 압니다.
문제는 꺾인 뒤를 받쳐줄 다음 수요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없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좀 의아한 지점이 있습니다.
Jukan은 Citrini에서 앤트로픽의 다음 엔진을 고민할 기회가 누구보다 많았던 사람입니다.
심지어 본인 후기에서도 대안으로 AI4S(과학용 AI)를 직접 언급했어요.
결론은 "당장 돈이 되긴 어렵다"는 회의론이었지만...
앤트로픽과 바이오 쪽 흐름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사람이 회의적이다?
저는 이 지점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자, 여기서부터는 저의 관점입니다.
지난 분기, 거의 모든 AI 기업이 학습에서 추론·에이전트로 선명하게 방향을 틀었습니다.
앤트로픽은 Claude Code와 Claude Science
메타는 Muse
SpaceX는 Grok Bot.
모델을 "얼마나 똑똑하게 만드냐"에서 "얼마나 일을 시키냐"로 넘어간 거죠.
그럼 그들의 다음 질문은 하나로 좁혀질 겁니다.
"어디에 일을 시켜야 가장 큰 돈이 되느냐"
앤트로픽은 그게 코딩이 아니라 의료·바이오라고 좁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① 누가 이 AI를 막을 수 있을까
지금 AI 규제 압력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
일자리를 뺏는다.
-
위험하다(생물무기 같은).
코딩 에이전트는 사실 첫 번째에 정면으로 걸립니다.
"개발자 일자리 뺏는 AI".
유권자에게 불편할 수 있는 서사죠.
그런데 의료로 오면 같은 모델이 "병 고치고 병원비 줄이는 AI"가 됩니다.
이건 압도적으로 표를 얻는 서사입니다.
(미국은 의료비가 굉장히 비싸니까요)
규제하는 쪽이 오히려 막기 어려워집니다.
신약 개발을 막는 정치인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두 번째 갈래도 흥미롭습니다.
생물무기 공포는 언뜻 바이오 AI의 최대 리스크처럼 보이죠...??
그런데 저는 이게 거꾸로 쓰일 수 있다고 봐요.
"최상위 모델은 밖에 풀지 않고, 검증된 우리 워크플로와 실험실 안에서만 쓴다."
공포가 닫힌 생태계의 명분이 되는 겁니다.
규제가 효능과 안전에 집중될수록, 그 규제 자체가 진입장벽이 되고요.
그럼 그 닫힌 생태계에 한 번 들어온 고객은 나갈 수 있을까요..??
② 한 번 들어오면, 나갈 수 있을까
코딩은 오늘 Claude Code를 쓰다가 내일 다른 도구로 넘어가도 코드는 그대로 남습니다.
갈아타기가 굉장히 쉽죠.
(SpaceX가 @cursor_ai 를 인수한 것도 같은 과점에서 고민할 수 있습니다)
어째든 토큰은 결국 원자재 가격 싸움으로 갑니다.
(어쩌면 이미 원자재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어요)
제약은 다릅니다.
FDA에 제출하는 데이터를 다루는 시스템은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한 번 검증받은 시스템을 바꾸면 처음부터 다시 검증해야 하고,
진행 중인 임상 신청까지 흔들릴 수 있어요.
이게 얼마나 강한지는 이미 증명된 사례가 있습니다.
제약 소프트웨어 회사 Veeva.
대형 제약사가 Veeva에 쌓인 임상 문서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진행 중인 신약 신청과 FDA 데이터 무결성 지적을 각오해야 합니다.
전환 비용이 '몇 년치 규제 리스크'로 계산되는 구조.
AI가 이 검증된 워크플로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강력한 락인이 생깁니다.
사실...앤트로픽이 조용히 깔고 있는 순서도 정확히 이겁니다.
(이건 Jukan이 저보다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Claude Science 출시(모델이 아니라 '워크벤치'라고 스스로 못 박음)
→ 생명과학 해커톤으로 빌더 확보
→ 연구 프로젝트 50개에 크레딧 지원, 논문으로 검증
→ 생명과학 인수·투자 담당자 채용
Claude Code가 개발자의 터미널을 가져갔다면, Claude Science는 과학자의 연구실을 가져가려는 거죠.
다들 Claude Science에 큰 관심이 없지만, 저는 이게 코딩보다 훨씬 깊게 박히는 도구가 될 거라고 봐요.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③ 못 나간다면, 그들은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코딩 매출은 "좌석 수 × 월 구독료" 혹은 "토큰 × 단가"입니다.
천장은 결국 기업의 개발 예산에 막힙니다.
(심지어 앤트로픽 코딩 매출의 상당 부분은 Cursor·Copilot 같은 중간 유통사를 거칩니다. 내 고객이 아니라 남의 고객이라는 뜻.)
제약은 가격을 매기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상위 16개 빅파마가 2025년 R&D에만 쓴 돈이 약 1,590억 달러.
신약 하나 개발에 20억 달러 이상.
블록버스터 약 하나가 1년에 10억 달러 넘게 팔립니다.
AI가 개발 기간을 1년만 당겨도, 그 1년치 매출이 통째로 가치가 됩니다.
그래서 AI-제약 계약은 좌석이 아니라 마일스톤과 로열티로 묶입니다.
구글 계열 아이소모픽 랩스가 노바티스·릴리와 맺은 계약만 로열티를 빼고도 30억 달러 가까이죠.
물론 앤트로픽이 지금 파는 건 아직 워크벤치, 그러니까 좌석입니다.
하지만 연구실 안에 먼저 들어가 있는 회사만 다음 단계, 약의 몫으로 넘어갈 수 있죠.
최근 생명과학 인수 담당자를 따로 뽑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봐요.
좌석으로 들어가서, 약의 몫으로 넘어가는 구조.
(아, 약값 인하는 어떻게 하냐구요? 괜찮아요. 결국 돈은 돈이 넘치는 상류층에게서 벌면 되니까요)
이게 코딩과 비교가 안 되는 이유라고 봐요.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그래서 이게 메모리랑 무슨 상관인데?"
④ 그래서, 메모리는 이 서사에서 어디서 돈을 벌까
메모리 입장에서 중요한 건 토큰이 몇 개냐가 아닙니다.
모델 회사가 2028년에도 컴퓨트 청구서를 낼 수 있는 돈줄이 있느냐죠.
그게 보이냐, 안보이냐가 전부입니다.
바이오는 그 돈줄을 "토큰 단가 싸움" 밖에서 만들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고 봐요.
둘째, 기억입니다.
2023년 GPT가 만든 쇼티지는 반도체였습니다.
병목이 연산이었으니까요.
바이오는 조금 다릅니다.
연구 에이전트는 한 가지 연구를 몇 주, 몇 달씩 끝까지 붙잡고 갑니다.
읽은 논문, 세운 가설, 실패한 실험을 전부 기억한 채로요.
그 기억이 올라가는 곳이 바로 메모리입니다.
(실험 결과를 기다리는 며칠 동안은 DRAM, 낸드로 내려가서 대기시키면 되죠.)
코딩 에이전트가 짧고 많은 작업이라면, 바이오 에이전트는 상당히 길고 무거운 작업.
셋째, 결정권 경쟁입니다.
그럼 누가 이 손님을 가장 많이 받게 될까요.
전임상 실험실 자리는 비싸고, 한정돼 있습니다.
이미 병목 중 병목.
그래서 가치는 "그 자리에 무엇을 넣을지 고르는 권한"으로 모입니다.
잘 고르려면, 그 전에 컴퓨터 안에서 가장 많은 설계를 가장 길게 밀어봐야 하죠.
결국 결정권자는 가장 많은 에이전트를 돌리는 쪽입니다.
아이러니하죠?
실험실이 모자랄수록 에이전트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이 돌아가는 구조.
이미 일라이 릴리는 엔비디아 GPU 1,000개가 넘는 슈퍼컴퓨터를 직접 깔고, 이걸 자기 실험실과 연결했습니다.
제약사가 컴퓨트를 직접 사기 시작했다는 것.
바이오에도 하이퍼스케일러가 생기고 있다는 뜻.
2023년의 경쟁이 "누가 더 큰 모델을 학습하느냐"였다면,
다음 경쟁은 "누가 더 많은 설계를 끝까지 밀어보느냐".
저는 이게 2027년 이후를 받쳐줄 서사라고 봐요.
시장이 충분히 이해하면 말이죠.
물론 한계도 분명합니다.
설계를 많이 돌린다고 무조건 잘 고르는 건 아닙니다.
점수를 매기는 모델이 틀리면 10만 개를 돌려도 틀린 걸 고르죠.
그리고 시계도 두 개입니다.
워크벤치 매출, 계약 마일스톤, 제약사의 컴퓨트 투자는 가까운 시계.
로열티와 임상 성공률은 먼 시계.
임상은 연산의 시간이 아니라 생물학의 시간이라, AI로도 압축이 안 되는 구간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게 2027~28년 메모리 이익을 받쳐준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다만 "다음 서사가 없다"와 "다음 서사가 아직 숫자로 안 보인다"는 다른 얘기라고 봐요.
그래서 Jukan에게 직접 묻고 싶습니다.
추론·에이전트로의 전환이 지난 분기 이렇게 선명했는데,바이오에서 "누가 더 많은 설계를 끝까지 밀어보느냐"는 결정권 경쟁이
2027년 이후 메모리 수요를 받칠 수 있다고 보는지.
상하이에서 들은 회의론이 이 부분까지 포함한 건지.
@jukan05 의견이 정말 궁금합니다.
혹은 다른 누군가의 의견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