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급락기에는 인간의 판단 오류가 더 예측 가능해진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자의 전망 오류는 커지고, 동시에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2025년 NBER 논문은 투자자, 전문 예측가, 기업 재무책임자와 애널리스트의 전망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예측 가능한 실수’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를 ‘프리스테이크’라고 불렀다.
일반적인 실수는 사후에만 알 수 있다.
프리스테이크는 당시 이용 가능한 정보를 제대로 처리했다면 사전에 줄일 수 있었던 오류다.
연구진은 인간의 전망을 비교할 기준을 만들기 위해 머신러닝 모델을 구축했다.
모델은 19702005년 자료로 학습한 뒤 20052023년을 대상으로 실시간 예측을 수행했다.
중요한 점은 미래에 공개된 수정 자료를 뒤늦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 시점에서 실제 투자자가 확인할 수 있었던 정보만 사용해 기업이익 성장률과 1년 뒤 주식시장 수익률을 예측했다.
입력자료에는 92개의 거시경제 지표, 147개의 금융시장 변수, 예상치와 실제 발표치의 차이, 연준 정책 충격, 신용위험 지표가 포함됐다.
약 100만 건의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서 추출한 텍스트 심리 변수도 사용됐다.
그 결과 머신러닝 모델의 기업이익 성장률 전망은 중간값 기준 애널리스트 전망보다 63% 더 정확했다.
1년 뒤 주식시장 수익률 예측력도 개인투자자, 재무책임자와 전문 예측가의 설문 전망보다 26~35% 높았다.
차이는 평온한 상승장보다 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리는 시기에 크게 벌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2년 약세장에서 인간 전망은 시장의 하락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반면 머신러닝 모델은 신용위험, 국채시장 변화, 연준 정책 충격과 불확실성 지표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간은 최근까지 이어진 평균적인 성장률과 수익률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경제가 급격히 변해도 기존 전망을 조금씩만 수정했고, 이전 예측에서 반복적으로 틀린 부분도 빠르게 교정하지 못했다.
애널리스트가 정보가 부족해서 틀린 것이 아니다.
정보는 존재했지만 기존 믿음과 다른 신호에 충분한 가중치를 주지 않은 것이다.
이 결과는 폭락장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투자 오류를 설명한다.
투자자는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일시적인 조정이라고 판단한다.
추가 악재가 나와도 기존 목표주가와 실적 전망을 조금만 낮춘다.
하락이 깊어진 뒤에는 이미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전망을 유지한다.
결국 시장 환경은 급격히 바뀌었는데 투자자의 믿음은 천천히 바뀐다.
연구진은 머신러닝 전망을 이용한 시장 타이밍 전략도 분석했다.
모델이 시장 초과수익을 긍정적으로 예상할 때 주식을 보유하고, 그렇지 않을 때 단기 국채를 보유한 전략은 CAPM 기준 연평균 4.6%의 위험조정 초과성과를 기록했다.
하락 전망 시 시장을 공매도하는 롱·숏 전략의 추정 초과성과는 연 9% 수준이었다.
성과 대부분은 금융위기나 2022년 약세장처럼 인간의 전망 오류가 크게 확대된 시기에 발생했다.
이 백테스트를 그대로 따라 하면 같은 결과가 반복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더 중요한 시사점은 시장의 큰 변곡점에서 인간이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평소에는 기존 전망을 천천히 수정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위기에서는 신용위험과 유동성, 금리, 정책과 이익 추정치가 동시에 변하기 때문에 느린 전망 수정이 치명적인 손실로 연결된다.
시장 급락기에는 더 많은 의견을 듣는 것보다 자신의 기존 투자 논리를 새 데이터로 처음부터 다시 계산해야 한다.
매수가격이 얼마였는지, 과거 고점이 얼마였는지, 이전 목표주가가 얼마였는지는 새로운 적정가치와 관련이 없다.
위기에서 살아남는 투자자는 미래를 완벽히 맞히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전망이 틀렸다는 신호가 나타났을 때 가장 빨리 기존 믿음을 수정하는 사람이다.
논문: The Prestakes of Stock Market Investing, NBER Working Paper 34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