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값, 왜 떨어지지 않는가
떨어지기만 기다릴 거야?
얼마 전 지인이 게임이 자꾸 끊긴다며 원인을 찾아 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게임이 끊긴다'는 증상 하나로 하드웨어 문제를 짚어내는 건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작업 관리자를 열어 CPU와 메모리 사용량을 확인했습니다. 눈에 들어온 숫자는 메모리 사용량 98%. 답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램은 용량이 넉넉할 때는 성능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는 부품입니다. 하지만 모자라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메모리에 자리가 없으니 일부 데이터가 저장장치로 밀려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이 프레임 끊김으로 나타납니다. 메모리 리뷰를 주로 하는 저도 그 차이를 이렇게 생생하게 체감한 건 오랜만입니다.
예전 같으면 고민할 것도 없었습니다. '램은 다다익선'이라며 이번 기회에 메모리를 추가하라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여러분도 짐작하시는 그대로입니다. 1년 전 8만 원 안팎이던 DDR5 16GB 한 장이 이제는 35만 원에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불과 1년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범용 DRAM 계약가는 올해 1분기에만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메모리는 PC 견적서를 짤 때 가장 먼저 한숨이 나오는 부품입니다.
원인은 AI 데이터센터입니다. 메모리 3사가 한정된 생산능력을 HBM과 서버용 DRAM에 우선 배정하면서, 소비자용 DDR4·DDR5 공급 여건도 나빠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마이크론은 9월 실적 발표에서 2027년과 2028년 수급이 올해보다 더 빠듯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몇 달 버티면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지인에게,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우리에게는 어떤 답이 필요할까요.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부터 찾는 게 제 방식이지만, 이번만큼은 답을 서두르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시장이 어디로 흘러갈지 누구도 쉽게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해법은 지금 상황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데서 나온다는 것, 이번 기사는 그 소신에서 출발합니다. 답은 그다음에 찾아도 늦지 않습니다.
목차
−
1
램값은 1년 만에 다른 부품이 됐다
2
국내 램값 동향
3
같은 웨이퍼, 달라진 우선 순위
4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소비자 시장
5
덜 팔리고, 덜 담기고, 더 비싸다
6
증설해도 모자란 이유
7
정점은 2027년 말, 끝은 아직 안 보인다
8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일
9
마치며: 가장 좋은 램
램값은 1년 만에 다른 부품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TrendForce 집계에 따르면, 올해 범용 DRAM 계약가는 분기마다 오르고 있습니다. 1분기는 전 분기 대비 9095% 상승이 예상됐는데, 실제 집계는 이보다 높은 9398%로 나왔습니다. 2분기에는 5863%, 3분기에는 1318%, 4분기에는 10~15% 상승이 전망됩니다.
2026년 메모리 계약가, 분기마다 얼마나 올랐나
전 분기 대비 상승률. 막대는 전망 범위 중간값, 숫자는 전망 범위
범용 DRAM
낸드플래시
1분기
9095%
5560%
2분기
5863%
7075%
3분기
1318%
1015%
4분기
1015%
1520%
가격 수준으로 보면: 범용 DRAM 계약가 지수
2025년 4분기 = 100, 분기별 전망치 중간값을 곱한 단순 계산
2025년 4분기
100
2026년 1분기
193
2분기
309
3분기
357
4분기
401
상승률은 줄었어도, 가격은 계속 오르는 중입니다.
자료: TrendForce 1분기 전망(Tom's Hardware 인용), TrendForce 2분기 전망(2026.3.31), 3분기 전망(2026.7.3), 4분기 전망(2026.9.30). 지수는 전망치 기준 추정이며 실제 거래가와 다를 수 있음
숫자만 보면 오름세가 꺾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상승률이 줄었다고 가격이 내려간 것은 아닙니다. 이미 두 배, 세 배로 뛴 가격 위에 다시 10% 넘게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전망치의 중간값을 단순히 곱하면 4분기 계약가는 지난해 말 대비 4배 안팎에 이릅니다.
상승폭이 줄어든 이유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TrendForce는 3분기 전망에서 소비자 수요 약화와 높아진 비교 기준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공급이 풀려서가 아니라, 가격이 너무 올라 수요가 줄었고, 비교 기준이 되는 가격 자체도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SSD도 예외가 아닙니다. 낸드 계약가는 2분기에 7075% 오를 것으로 예상돼 같은 기간 DRAM보다 가팔랐고, 4분기에도 1520% 추가 상승이 전망됩니다. 4분기만 놓고 보면 낸드 오름폭이 범용 DRAM을 앞섭니다.
국내 램값 동향
국내 소비자용 램값 1년
같은 16GB 한 장, 다나와 월별 최저가 추이
삼성전자 DDR5-5600 16GB
2025년 10월 8만 2,230원
34만 8,990원
4.2배
삼성전자 DDR4-3200 16GB
2025년 10월 7만 9,900원
19만 3,980원
2.4배
40만 원
30만 원
20만 원
10만 원
0
25.10
25.12
26.02
26.04
26.06
26.08
26.10
최근 3개월(7~10월)
DDR4 +17%
DDR5 +2%
자료: 다나와 삼성전자 DDR5-5600 (16GB), 다나와 삼성전자 DDR4-3200 (16GB). 각 상품 페이지 '최저가 추이' 그래프 월별 값, 2026년 10월 27일 확인
국내 매장 가격은 이 흐름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 줍니다. 다나와 최저가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 DDR5-5600 16GB는 2025년 10월 8만 2,230원에서 2026년 10월 34만 8,990원으로 1년 만에 4.2배가 됐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DDR4-3200 16GB도 7만 9,900원에서 19만 3,980원으로 2.4배 올랐습니다. 1년 전만 해도 8만 원 안팎이던 16GB 한 장이, 이제 35만 원에 가까워졌습니다.
같은 웨이퍼, 달라진 우선 순위
램값을 끌어올린 주인공은 AI 데이터센터입니다. AI 서버는 GPU 옆에 붙는 HBM만 쓰지 않습니다. 고용량 서버용 DRAM과 대용량 기업용 SSD도 함께 대량으로 소비합니다.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 보면 비싸게, 많이, 오래 사 주는 고객이 한꺼번에 생긴 셈입니다.
걸림돌은 HBM과 범용 DRAM이 같은 웨이퍼를 나눠 쓴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 김태우 부사장은 HBM이 전 세계 DRAM 웨이퍼 생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약 20%에서 내년 30% 가까이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0%포인트가 작아 보여도 효과는 훨씬 큽니다. 업계는 HBM이 같은 용량을 만드는 데 범용 DRAM보다 웨이퍼 면적을 약 3배 쓴다고 봅니다. HBM이 웨이퍼 한 장을 더 가져갈 때마다, 그 몇 배에 해당하는 일반 램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셈이죠.
같은 웨이퍼, 다른 줄
AI 수요가 소비자 램값으로 번지는 경로
1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HBM·서버 DRAM·기업용 SSD
2
HBM이 웨이퍼를 잠식
웨이퍼 면적 약 3배(추정)
3
장기계약으로 물량 선점
마이크론 2027년분 약 75%
4
PC·모듈 업체 몫 축소
5
소비자 가격 상승
전 세계 DRAM 웨이퍼 생산능력, HBM이 가져가는 몫
HBM과 범용 DRAM은 같은 웨이퍼 생산능력을 나눠 씀
현재
HBM 약 20%
범용 DRAM 등 약 80%
2027년 전망
HBM 약 30%
범용 DRAM 등 약 70%
자료: 삼성전자 김태우 부사장 발언·HBM 웨이퍼 면적 분석(TrendForce News), TrendForce 2분기 전망(2026.3.31), 마이크론 2026 회계연도 4분기 실적(The Next Web). 웨이퍼 면적 3배는 업계 추정치
남은 물량마저 소비자 몫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장기공급계약으로 몇 년 치 물량을 먼저 확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론은 2027년 생산분 약 75%가 이미 고객과 확정됐고, 신규 협상은 2028년 물량으로 넘어갔다고 밝혔습니다.
낸드도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마이크론 데이터센터 SSD 분기 매출은 약 100억 달러(약 13조 2,000억 원)에 육박했고, 낸드 업체들은 기업용 SSD에 생산능력을 더 배정하고 있습니다. TrendForce는 공급사들이 생산능력을 HBM과 서버로 옮기면서 PC 제조사와 모듈 업체에 보내는 물량을 줄였다고 짚었습니다. 소비자도 같은 줄에 서 있지만, 공급 우선순위는 계속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소비자 시장
소비자 시장이 뒤로 밀렸다는 사실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 준 사건은 크루셜 철수입니다. 마이크론은 2025년 12월 3일 크루셜 소비자 사업을 접겠다고 발표했고, 소비자 채널 출하는 올해 2월로 끝났습니다. 현재는 기존 제품에 대한 보증과 지원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이유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한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대형 고객에게 공급을 집중하겠다는 설명입니다. 29년 동안 조립 PC 사용자 곁을 지킨 브랜드가 AI 수요 앞에서 사업 방향을 바꾼 셈입니다.
가격에서도 낯선 장면이 보입니다. 구형 DDR4가 신형 DDR5보다 빨리 오르고 있습니다. 바클레이스 집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최근 3개월 DDR4 8Gb 칩 계약가는 24% 올라 같은 기간 20% 오른 DDR5를 앞질렀습니다. 10월 한 달 상승률도 DDR4가 4%, DDR5가 3%입니다.
DDR4가 DDR5보다 빨리 오른다
8Gb 칩 계약가 기준 상승률과 노트북용 모듈 계약가
DDR4
최근 3개월 상승률
+24%
10월 한 달
+4%
8GB SO-DIMM 계약가(8월 하반기)
142달러
(약 18만 8,000원)
DDR5
최근 3개월 상승률
+20%
10월 한 달
+3%
8GB SO-DIMM 계약가(8월 하반기)
133달러
(약 17만 6,000원)
칩·모듈 계약가 기준이라 매장 판매가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자료: 바클레이스 집계 인용(Guru3D), SO-DIMM 계약가(XenoSpectrum), 모건스탠리 DDR4 공급 전망(머니투데이, 2026.10.26). 원화 환산: 2026.10.26 서울외환시장 종가 1달러=1,323.1원
일부 제품에서는 가격이 아예 뒤집혔습니다. 8월 하반기 노트북용 8GB SO-DIMM 평균 계약가는 DDR4가 142달러(약 18만 8,000원), DDR5가 133달러(약 17만 6,000원)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업체끼리 거래하는 계약가라, 매장에서는 아직 DDR4가 더 쌉니다.
대신 오르는 속도는 매장에서도 DDR4가 빠릅니다. 다나와 기준 최근 3개월(7~10월) 동안 삼성전자 DDR4-3200 16GB는 약 17% 올라, 약 2% 오른 DDR5-5600 16GB보다 가팔랐습니다. 다만 1년 전체로 보면 DDR5가 4.2배, DDR4가 2.4배로 DDR5 오름폭이 더 큽니다. DDR4는 지난해 상반기에 먼저 크게 올랐고, 최근 다시 오름세가 붙은 모양새입니다.
DDR4가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만드는 곳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TrendForce는 주요 공급사들이 소비자 DRAM 시장에서 빠르게 발을 빼고 있고, 대만 업체들이 DDR4 생산을 늘려도 빈자리를 다 메우지 못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DDR4 공급량이 올해보다 약 20% 줄 것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DDR4를 쓰는 데스크톱과 서버, 산업용 장비는 여전히 많습니다. 수요는 남았는데 생산하는 공장은 줄고 있습니다.
3사가 소비자 시장에서 물러나는 사이, 그 자리를 파고드는 곳도 있습니다. 중국 CXMT입니다. MSI와 ASUS는 AM5 메인보드 BIOS에서 CXMT DDR5 지원 폭을 넓혔고, 커세어·렉사 같은 모듈 브랜드도 CXMT 칩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소매 가격은 3사 칩 제품과 비슷해, 값이 싸진다기보다 선택지가 하나 늘어난 정도입니다.
덜 팔리고, 덜 담기고, 더 비싸다
부품값 상승은 결국 완제품 시장으로 번졌습니다. IDC 예비 집계에 따르면 2026년 3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은 6,270만 대로, 1년 전보다 20.1% 줄었습니다. 신학기 수요로 출하가 늘어야 할 3분기인데도 전 분기보다 9.1% 감소했습니다. 가트너 집계로는 감소폭이 22.4%까지 벌어집니다. 두 기관은 PC를 세는 범위가 달라 대수에 차이가 납니다.
2026년 3분기 PC 출하량, 업체를 가리지 않고 줄었다
전년 같은 분기 대비 글로벌 PC 출하량
IDC 집계
-20.1%
6,270만 대
가트너 집계
-22.4%
5,540만 대
두 기관은 PC 집계 범위가 달라 대수에 차이가 있습니다.
업체별 출하량 증감
IDC, 전년 같은 분기 대비
HP
-30.9%
델
-25.0%
레노버
-22.6%
기타
-14.0%
애플
-11.3%
ASUS
-8.6%
자료: IDC 예비 집계(2026.10.8, Club386 인용), 가트너 예비 집계(T2 Online 인용)
업체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IDC 기준으로 HP가 30.9% 줄어 낙폭이 가장 컸고, 델(25.0%)과 레노버(22.6%)가 뒤를 이었습니다. 애플(11.3%)과 ASUS(8.6%)는 상대적으로 선방했습니다.
다만 모든 책임을 메모리에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IDC는 공급 제약과 높은 가격에 더해 상반기 선구매 반작용을 함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가격 인상을 앞두고 제조사와 유통사가 물량을 미리 당겨 사 둔 탓에 3분기 수요가 비었다는 분석입니다. 그 선구매도 결국 메모리 가격 인상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메모리 영향과 완전히 떼어 놓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트너는 메모리와 스토리지 비용 상승이 이제 PC 가격에 완전히 반영됐다고 진단했습니다.
값만 오르는 게 아닙니다. 같은 값에 담기는 메모리도 줄고 있습니다. TrendForce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중급 노트북 출하가 8GB 구성 쪽으로 기울고, 고급형도 16GB 안팎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돈은 그대로인데 용량은 줄어드는 '메모리 슈링크플레이션'입니다. 윈도 11에서 8GB는 여러 작업을 함께 돌리기엔 빠듯한 용량입니다.
할인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전망은 냉정합니다. IDC는 채널 재고 부담으로 단기 프로모션은 나올 수 있지만, 1년 전 가격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TrendForce는 생산능력이 서버로 계속 옮겨 가면서 2027년 PC용 DRAM 공급이 더 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증설해도 모자란 이유
그렇다면 메모리 3사는 왜 공장을 더 짓지 않을까요. 사실은 짓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새 생산능력은 클린룸 확보, 장비 반입, 웨이퍼 투입, 수율 안정화를 차례로 거쳐야 시장에 닿습니다. 투자를 결정한 날부터 제품이 나오는 날까지 몇 년이 걸립니다.
마이크론의 일정을 보면 감이 옵니다. 아이다호 첫 번째 팹(ID1)은 2027년 중반에야 첫 DRAM 웨이퍼를 내고, 두 번째 팹(ID2)은 2028년 말에 웨이퍼 생산을 시작합니다. 신규 클린룸 확장도 2028년에 몰려 있습니다. 새 클린룸은 가동 초기에 생산량을 서서히 늘려 가는 탓에 공급 부족을 금세 풀지 못한다는 게 마이크론 설명입니다. 2027 회계연도 상반기에만 설비에 약 250억 달러(약 33조 원)를 쏟아붓지만, 당장 품귀를 막기엔 늦습니다.
증설이 시장에 닿기까지
새 팹이 돌기 시작해도 물량이 차오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새 생산능력이 시장에 닿는 순서
1
클린룸 확보
2
장비 반입
3
웨이퍼 투입
4
수율 안정화
2027 회계연도 상반기
마이크론 설비투자 약 250억 달러(약 33조 원) 계획
2027년
CXMT 월 32만 장 → 42만 장 목표
HBM 웨이퍼 비중 30% 근접
2027년 중반
마이크론 아이다호 ID1 첫 DRAM 웨이퍼
2027년 하반기
HBM4e 양산 본격화
2028년
마이크론 신규 클린룸 가동
2028년 말
마이크론 아이다호 ID2 팹 웨이퍼 생산 시작
2027년 HBM 혼합 평균판매가격
+121%
전년 대비 전망, 고가 제품 비중 확대 포함
자료: 마이크론 실적 발표: 클린룸·설비투자(The Next Web), 마이크론 10-Q(ID1), 마이크론 10-K(ID2), TrendForce HBM 전망(2026.9.29), TrendForce News CXMT, TrendForce News 삼성 HBM, 이투데이(2026.10). 원화 환산: 2026.10.26 서울외환시장 종가 1달러=1,323.1원
HBM 쪽 사정도 공급이 풀리는 방향과는 거리가 멉니다. TrendForce는 2027년 HBM 혼합 평균 판매가격이 올해보다 121%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같은 제품 값이 두 배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공급 부족에 값비싼 HBM4 비중 확대, 2027년 하반기 HBM4e 양산 본격화가 겹치면서 여러 세대 제품을 섞은 평균값이 두 배 넘게 뛴다는 의미입니다. 방향만큼은 분명합니다. HBM이 비싸질수록 메모리 업체가 웨이퍼를 HBM에 더 배정할 이유도 커집니다.
부담은 AI 반도체 업계에도 돌아갑니다. GPU·ASIC 업체들은 HBM 적층을 12단에서 8단으로 낮추는 구성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요가 줄어서가 아니라 물량을 구할 수 없어서입니다. 메모리를 가장 많이 사 가는 쪽조차 아껴 쓰는 법을 고민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요. CXMT는 월 웨이퍼 생산능력을 약 32만 장에서 2027년 42만 장으로 늘릴 계획이고, 2분기 DRAM 매출 점유율은 9.5%까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물량은 주로 중국 내수로 향할 전망이고, 2027년까지 생산분이 이미 예약됐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글로벌 수급을 뒤집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정점은 2027년 말, 끝은 아직 안 보인다
그래서 언제 끝나느냐.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이지만, 솔직한 답은 '아무도 모른다'입니다. 메모리를 직접 만드는 회사조차 그렇게 말합니다.
마이크론 산제이 메로트라 CEO는 9월 30일 실적 발표에서 2027년과 2028년 모두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해 수급이 올해보다 더 빠듯하고, 수급이 언제 균형을 맞출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6월 실적 발표 때 내놓은 '2028년부터 점진적 개선' 전망에서 한발 물러선 셈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전망이 밝아지기는커녕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다른 기관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 2027년 말 전후를 정점으로 보고, 2028년까지는 빠듯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언제까지? 기관별 메모리 부족 전망
발표 시점 기준, 각 기관이 제시한 부족 지속 시점과 정점
현재
2027년
2028년
마이크론 (2026.9)
2027·2028년 더 빠듯, 균형 시점 미정
모건스탠리 (2026.7)
2027~2028년 부족 심화
바클레이스(DRAM)
2027년 4분기 부족률 13.9%
바클레이스(낸드)
정점 2028년 1분기, 8.3%
씨티
DRAM 정점 2027년 4분기
난야
2028년 초까지 해소 어려움
인텔 립부 탄 CEO (2026.2)
업체 전언, 2028년까지 완화 없음
부족이 이어진다고 본 구간
부족 정점
정점 이후는 미제시
자료: 마이크론 실적 발표(2026.9.30), 헤럴드경제(모건스탠리, 2026.7), Guru3D(바클레이스), 차이롄서(씨티), 머니투데이(난야), 블룸버그(립부 탄, 2026.2.3)
희망적인 변수가 없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빅테크 투자 속도입니다. UBS는 하이퍼스케일러 설비투자가 올해 76% 늘어 6,730억 달러(약 890조 원)에 이른 뒤, 증가율이 2027년 25%, 2028년 6%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여기에 2028년 신규 팹 가동과 CXMT 증설, HBM 수율 개선이 맞물리면 수급이 돌아설 계기가 생깁니다.
완화 변수: 빅테크 투자는 느려져도 줄지는 않는다
하이퍼스케일러 설비투자 증가율, 전년 대비
2026년
+76%6,730억 달러(약 890조 원)
2027년
+25%
2028년
+6%
증가율이 줄어도 투자액은 해마다 늘어납니다.
자료: 로이터 인용 보도(UBS 추정). 원화 환산: 2026.10.26 서울외환시장 종가 1달러=1,323.1원
다만 착각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증가율이 줄어도 투자 규모는 계속 커집니다. 6% 성장도 성장입니다. 2028년은 대란이 끝나는 해가 아니라, 끝날 조건이 처음 갖춰지는 해 정도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2028년이면 램값이 떨어질 테니 그때까지 버티자'는 계획은 근거가 약합니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일
시장은 개인이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 PC를 어떻게 꾸리고 쓸지는 내가 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사느냐 마느냐'를 고르는 결단이 아니라, 내 사용 패턴에 맞춘 설계입니다.
내 상황에 맞는 대응법
지금 할 수 있는 일, 상황별로 정리
기존 PC 사용자
먼저 확인
작업 관리자 성능 탭에서 메모리 사용량과 커밋 크기
이렇게
부족하지 않으면 그대로 사용. 정말 부족하면 싸지길 기다리며 미루지 않기
DDR4 사용자
먼저 확인
DDR4 추가 구매 비용과 DDR5 전환 총비용(CPU·메인보드 포함)
이렇게
앞으로 몇 년 더 쓸지를 기준으로 판단. 중고 시장도 선택지
새로 조립
먼저 확인
메인보드 최대 지원 용량
이렇게
목표 용량을 처음부터 2개로 구성. DDR5는 4개 장착 시 클록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음
노트북 구매
먼저 확인
온보드 메모리인지, 증설 슬롯이 있는지
이렇게
같은 가격대 이전 모델보다 용량이 줄지 않았는지 비교
로컬 AI
먼저 확인
GPU VRAM과 메모리 대역폭
이렇게
RAM 용량은 실행 가능 여부, 속도는 VRAM·대역폭이 좌우
내 사용 패턴에 맞춘 설계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혹시 메모리 사용률이 90%가 넘어가는지 확인해보세요
기존 PC 사용자라면 먼저 메모리가 정말 부족한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작업 관리자 성능 탭에서 평소 작업 중 메모리 사용량과 커밋 크기를 보면 됩니다. 부족하지 않다면 지금은 그대로 쓰는 게 가장 저렴한 선택입니다. 반대로 정말 부족한데 언젠가 싸질 거라는 기대로 구매를 미루는 것도 위험합니다. 앞서 본 것처럼 그 '언젠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DDR4 사용자라면 같은 규격 램이 앞으로 더 귀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증설이 꼭 필요하다면 DDR4 추가 구매 비용과 DDR5 플랫폼 전환 비용(CPU·메인보드 포함)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세요. 메모리만 보면 DDR4가 싸 보여도, 앞으로 몇 년을 더 쓸지 따지면 계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고 시장도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새로 조립한다면 처음부터 목표 용량을 2개 구성으로 맞추는 편이 좋습니다. AMD 라이젠 9000 공식 사양만 봐도 메모리 2개 장착 시 DDR5-5600까지 지원하지만, 4개를 모두 꽂으면 DDR5-3600으로 낮아집니다. 나중에 2개를 더하는 계획이 생각만큼 효율적이지 않은 이유입니다. 메인보드가 지원하는 최대 용량도 함께 확인해 두세요.
노트북을 산다면 화면과 GPU만큼 메모리를 꼼꼼히 보세요. 메모리가 메인보드에 붙은 온보드 방식인지, 나중에 늘릴 수 있는 슬롯이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같은 가격대 이전 모델과 비교해 용량이 줄지 않았는지도 확인해 볼 만합니다.
로컬 AI를 생각한다면 용량과 속도를 나눠서 봐야 합니다. 시스템 RAM 용량은 큰 모델을 올릴 수 있느냐를 가르고, 추론 속도는 GPU VRAM과 메모리 대역폭이 좌우합니다. 모델 일부를 시스템 메모리로 넘겨 돌리는 방식이라면 RAM 용량이 실행 여부를 정하지만, 속도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제 시스템에 장착된 킹뱅크 메모리는 고장 나면 안됩니다.
마치며: 가장 좋은 램
'램은 다다익선.' PC 커뮤니티에서 수없이 오간 이 말이 요즘은 조금 쓸쓸하게 들립니다. 빈 슬롯을 채우는 일은 취미가 아니라 결심이 됐고, 장바구니에 담아 둔 메모리 키트는 몇 주째 결제 버튼 앞에서 머뭅니다. 우리가 16GB와 32GB 사이에서 망설이는 동안, 반대편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몇 년 치 물량을 통째로 계약합니다. 같은 웨이퍼를 두고 벌이는 경쟁에서 개인 사용자가 이길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릴 일도 아닙니다. 메모리를 만드는 회사 대표조차 수급이 언제 균형을 찾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상황이니까요.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건 시장이 아니라 내 PC입니다. 지금 가진 용량으로 충분한 작업이라면 그대로 쓰고, 정말 모자랄 때 필요한 만큼만 늘리면 됩니다. 다음 PC를 맞출 때는 당장 사용할 용량보다 나중에 감당할 여지를 먼저 보고, 노트북을 고를 때는 화면과 GPU만큼 메모리를 꼼꼼히 따지면 됩니다. 오래된 PC를 한 해 더 쓰는 선택도 이제는 궁상이 아니라 전략입니다.
어쩌면 이번 대란이 PC 사용자에게 남기는 건 '더 많이'가 아니라 '충분히'라는 감각일지도 모릅니다. 램값이 내려오는 날은 언젠가 올 겁니다. 그날까지 우리가 할 일은 생각보다 소박합니다. 지금 가진 PC를 조금 더 아끼고, 조금 더 오래 쓰는 것. 결국 가장 좋은 램은 지금 내 메인보드에 꽂혀 있는 그 램입니다.
- 출처가 별도로 표기되지 않은 이미지는 제조사 공식 자료 및 보도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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